도망치는 해 

천둥치는 날 

수업을 시작하기 전부터 거센 비바람과 천둥 번개가 치고 있었다. 그래서 7살 아이들에게 종이를 나눠주고 도대체 비바람과 천둥번개가 왜 치는지 그려보라고 하였다. 그랬더니 내가 어렸을 때의 하느님이 실례(?)를 한다거나 선녀의 슬픈 눈물이라거나 호랑이가 시집을 가는 날 등의 설화적인 내용이나 막연한 공포감에 대한 표현은 찾아볼 수가 없고 상당히 과학 지향적인 그림을 그렸다. 아마도 유치원에서의 수업과 발달한 대중매체의 영향이 큰 것같다. (그림1)은 그림 상단 가운데의 큰 해와 양쪽의 구름이 부딪치면서 번개가 생기고(양쪽 구름의 분홍색이 번개), 그림 하단의 다리가 있는 강물에서 수증기가 생겨 하늘로 올라가서 비가 되어 내리고 있는 장면이다. (그림2)도 역시 하늘과 바다사이에 연두색의 수증기 집단이 형성되어 있고 방울방울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으며 왼쪽의 꽃한송이가 비를 맞고 있다며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나도 무심코 바다에 있는 두 마리 물고기를 가리키며 "얘들도(물고기) 비를 다 맞겠구나!"라고 했더니, 선생이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성의껏 설명해 주는 태도로 말하였다. "걔들은(물고기) 바다 속에 있으니까 비를 안맞죠..." 그런데 왜 자꾸 비오는 날의 물고기들도 비를 맞을 것만 같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