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눈이 눕히면 감기고 일으켜 세우면 반짝 뜨는 인형처럼 생긴 5살 여자아이가 있었다. 찰랑거리는 단발머리를 하고 막 아기티를 벗어난 그 아이는 나름대로의 독자적인 화풍(?)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그것은 항상 엄마와 꽃만 그리는 것이었다.아마 엄마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아서일수도 있고 동생을 임신하신 엄마에 대한 애착이 더 강해서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님 손쉽게 표현되는 자신의 기술적표현에 익숙해서 그럴수도 있다. 이 작품도 이 시기의 것으로 역시 엄마를 그리고 오른쪽엔 꽃 한송이와 나비가 한 마리 있다. 사물이 서로서로 분리되어 떨어지는 형태의 전형적인 유아단계의 한 특징을 보여주는데, 엄마의 모습에서 얼굴과 몸이, 그리고 팔과 다리가 각각 떨어져 있다. 동글동글하게 나열되어 있는 작은 알맹이 같은 원들은 각각의 손가락 5개씩과 발가락을 의미하는 것이고, 큰눈에 웃는 표정은 꼭 자신의 모습과 매우 흡사하다. 이 후 그 아이는 6개월이 지나면서 항상 나타나던 동일한 형태의 패턴에서 벗어나 동물도 그리기 시작하였고 각각 분리되어 나타나던 양상도 줄어 들었다. 아마도 다른 학생들의 그림을 보면서 모방 심리도 작용하였을 것이고 사물을 관찰하는 또 다른 시각이 발달한 것 같았다. 하지만 세상에 태어난 지 만 4년 된 그 아이에게 이 작품은 매우 소중하다. 왜냐하면 다양한 학습효과와 인식작용으로 발달을 시작한 그 아이는 더 이상 이보다 더 투명한 그림을 그려내기는 힘들 것 같기 때문이다.